따스한 봄 햇살과 함께하는 도배사의 하루

고달픈 도배사의 하루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에세이.

따스한 봄 햇살과 함께하는 도배사의 하루

도배사의 하루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갑게 감도는 이른 아침, 방 안을 가득 채운 적막을 깨우듯 휴대폰 알람이 조용히 울린다. 몸을 천천히 일으켜 잠이 덜 깬 눈으로 창문을 열어 본다. 동쪽 하늘 저편에서 여명이 희미하게 퍼져나가며, 밤새 머물던 어둠을 부드럽게 밀어내고 있다. 갓 내린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을 천천히 음미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새롭게 시작될 하루를 위한 작은 의식 같은 이 순간을 지나며, 오늘도 어김없이 일터로 향할 준비를 한다.

어제 미리 챙겨 둔 작업 도구들을 하나하나 다시 확인하고 가방에 넣는다. 손에 익은 커터칼과 접착제가 든 통, 벽지를 밀어 부드럽게 정리하는 롤러까지 모든 준비가 끝나자 비로소 현장으로 향할 마음가짐이 완성된다. 문을 나서자 선선한 바람이 볼을 스친다. 길을 따라 걸으며 골목길을 지나칠 때마다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빵집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가 풍기고, 가게 앞을 쓸고 있는 상인의 손길이 부지런하다. 이른 아침이지만 세상은 이미 활기를 머금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도배사인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벽과 함께 보낸다. 벽이란 그 공간을 오랫동안 지켜온 묵묵한 기록자와도 같다. 오래된 벽지는 한 집안의 오랜 추억과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새로운 벽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품을 준비를 한다. 오늘 작업할 곳은 작은 아파트의 거실과 방 두 개. 의뢰인은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단장하는 그들의 기대를 생각하며, 나 역시 조금 더 정성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존의 낡은 벽지를 조심스럽게 걷어내는 것이다. 습기가 스며들어 약간 들떠 있는 벽지는 예상보다 손쉽게 떼어진다. 벽지를 제거하는 동안,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벽의 진짜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스위치 주변에 남아 있는 손때 묻은 얼룩, 벽에 연필로 살짝 새겨진 키 재던 흔적, 구석구석 시간이 흘러 빛바랜 자국들…. 이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삶이 조용히 스며 있는 듯하다. 도배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벽지를 바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거쳐 간 시간과 기억을 덮어 새로운 시작을 열어 주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제 새로운 벽지를 붙이는 시간이다. 한 장 한 장, 손끝으로 벽지를 고르게 펴면서 정성을 들인다. 한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에, 더욱 신중하게 롤러를 굴리고 손바닥으로 공기를 빼내며 꼼꼼하게 정리한다. 특히 벽지와 벽지가 만나는 모서리 부분은 사소한 차이가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마지막 마감을 끝내고 조심스럽게 뒤돌아보면, 아까까지는 낡고 흐릿했던 벽이 이제는 새롭게 태어나듯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깨끗하고 산뜻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벽을 바라볼 때면, 나도 모르게 작은 성취감과 뿌듯함이 밀려온다.

작업을 마치고 집을 나설 때쯤, 창문 너머로 오후의 햇살이 따스하게 등을 감싼다. 문을 닫으며 이 집에서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잠시 상상해 본다. 벽 속에 여전히 남아 있을 누군가의 지난 기억과 이제 막 시작될 또 다른 추억이 한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도배사의 하루는, 지나간 시간과 새롭게 채워질 시간의 경계를 맞추는 과정 속에서 흘러간다. 이제 또 다른 집으로 향할 차례다. 벽을 새롭게 하고, 그 속에 담길 이야기를 다시 마주하기 위해.

도배사 Q&A

Q: 도배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되나요?

A: 도배사가 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첫 번째 방법은 학원을 수료하고 학원에서 알선해 주는 현장으로 가서 일을 배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기술자로 인정받는 도배사들 중에는 자격증이 없이 활동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사실 자격증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더 많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면허제가 아니다 보니 기술력만 인정받으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앞으로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은 본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배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강력히 권유 드립니다. 물론 학원이라고 해서 항상 일거리를 준비하고 있다가 견습생들을 파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신축현장도 있을 것이고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현장도 있을 것이고 다양하겠죠…. 큰 아파트 단지와 같은 신축현장은 노동부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일당을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는 있습니다만 워낙 속도전으로 흘러가는 현장이라 기술을 제대로 습득할 기회가 적습니다. 견습생들은 주로 장기간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기술자가 되는 속도 역시 더디겠죠. 물론 어떤 팀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변수도 작용합니다. 큰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건설 현장 기초 안전교육 이수증이 필요하므로 그것도 알아보셔야 합니다.​
  • 두 번째 방법은 밴드나 그 외 도배사 관련 모임 등을 검색하여 회원가입을 합니다. 그리고 그 밴드 내에서 “구인”으로 검색하여 초보자를 구하는 곳에 문의를 하여 신축현장 등에 취업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신축현장의 경우는 일정한 일당이 주어진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견습생들이 기술을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 자체가 속도전으로 흘러가다 보니 견습생은 주로 허드렛일만 하는 경우가 많아 일의 습득 속도가 아주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밴드 모임 등 정기 모임 등이 있다면 참석하여 대인관계를 넓히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현장을 가던지 좋은 기술과 좋은 인간관계를 가진 기술자를 파악하고 그 기술자들과 인연을 맺어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며 기술을 배울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기술자를 따라다니며 일대일로 배우고 싶다면 초보나 견습생의 인건비를 견적에 넣을 수 없는 사정이 있어 기술자가 판단하여 어느 정도 손발이 맞고 약간의 숙련도가 생기기 전에는 적게는 1~2개월 길게는 3-4개월은 인건비를 포기해야 합니다.
  • 세 번째 방법은 집 주변이나 방산시장 등에 있는 지물포나 인테리어 업체에 적은 월급이지만 취업을 하시어 배우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양한 기술자들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현장을 경험할 수 있어 일을 배우기 좋아요…. 문제는 역시 수익이 적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초반에는 허리띠 졸라매고 새벽이든 밤이든 투잡. 쓰리잡 알바라도 해야 합니다. 자신의 개인 사정을 봐주면서 일 가르쳐 주는 곳은 대한민국에 한 군데도 없습니다.

도배사 구분

  • 도배를 배우게 되면 여러 가지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요… 보통 견습, 풀사, 보조, 준 기술자, 기술자… 크게 이렇게 있습니다. 견습생은 말 그대로 도배를 막 시작한 사람을 말합니다… 이러한 견습 시절은 1~6개월 정도 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현장 분위기 파악을 할 줄 알면 풀사를 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풀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풀사는 보통 풀 기계로 벽지를 재단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처음에는 도배 반장이나 팀장이 적어주는 사이즈대로 해당 벽지를 재단합니다. 그리고 각 시공 장소에 벽지를 가져다 놓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어느 정도 일이 숙달되면 간단한 구조의 현장은 풀사가 직접 사이즈를 파악하고 벽지를 재단하여 처리를 하기도 합니다. 일에 숙련도가 늘어 속도가 붙거나 일의 양이 많지 않으면 같이 도배 시공도 하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이 풀사가 여러 가지로 신경 쓸 일도 많고 기술자와 견습의 중간이다 보니 제일 어려운 자리이기도 합니다. 풀사는 보통 기술자가 되어서도 해야 하는 자리일 수 있기 때문에 이때 일을 잘 배워야 합니다. 풀사는 보통 도배 시작 후 1년에서 1년 6개월 안에 숙달된 풀사가 되어야 합니다.
  • 숙달된 풀사가 되면 진정한 보조가 됩니다. 보조는 현장에서 풀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기술자를 도와 도배시공도 하고 청소도 하면서 말 그대로 기술자의 보조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도배의 스킬은 웬만한 방 하나 정도, 혹은 조그마한 원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조 생활은 도배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로 봅니다…
  • 그다음 준 기술자입니다. 준 기술자는 말 그대로 기술자의 바로 직전 단계입니다. 도배를 시공하는 스킬이나 방법은 다 알고 있지만 숙련도가 조금 떨어지고 생각지 못하게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가 조금 미흡합니다. 하지만 주어진 일이나 기술자가 시키는 일은 방법을 알려주면 다 할 수 있을 정도의 숙련도를 갖습니다. 보통은 준 기술자의 일당을 받지만 때로는 기술자의 일당도 받을 때도 있습니다. 보통 도배를 시작한 지 2년에서 길게는 3년 정도까지 준 기술자로 보는데 일의 처리 능력이나 숙련도에 다라 개인차는 있습니다.​
  • 이렇게 해서 보통 제대로 된 기술자가 되려면 한 달 평균 15~20일 정도 일을 하면서 3년 정도의 실무 경력이 있어야 기술자로 봅니다. 또 현장의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기술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축현장, 올 리모델링 인테리어, 이사 나가고 들어오는 집, 원룸, 오피스텔, 하숙방, 사무실, 복층, 관공서, 병원 등등 도배를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곳은 무궁무진합니다. 단지 본인이 도배사가 되어 어떤 도배사를 스승으로 만나고 어떤 습관으로 도배를 하는지도 중요하고 만나는 도배사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도 아주 중요합니다.
도배사라는 직업을 고려하는 누군가에게!

도배사라는 직업을 고려하는 누군가에게!

도배사는 기술을 배워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며, 숙련되기까지 최소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걸리는 전문 기술직입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자영업으로 성장하거나 전문 기술자로 자리 잡으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도배사라는 직업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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